사실 적시 명예훼손죄

 

변호사 변창우|[email protected]

 

  정보통신망의 급속한 발전에 따라 개인이 SNS 등을 통해 게시하는 글의 파급력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막강해졌습니다. 정보통신망을 통한 정보 전달은 매우 신속하고 광범위하며 반복·재생산되기 때문에 명예훼손적 표현이 게시되는 경우 상대방은 반박할 시간도 없이 엄청난 피해를 받을 수 있는 것이 요즘의 현실입니다.

  명예훼손행위가 발생한 경우 피해자는 형법 또는 정보통신망촉진 및 정보보호에 관한 법률에 따라 형사고소를 하거나 민사상 손해배상청구를 제기할 수 있습니다. 허위사실이 아닌 사실을 적시하는 경우에도 형사처벌을 받을 수 있는데, 다만, 진실한 사실로서 오로지 공공의 이익과 관련되어 비방의 목적이 없는 경우에는 처벌되지 않도록 예외를 두고 있습니다.

  최근 헌법재판소는 사실 적시 명예훼손죄를 규정하고 있는 형법 제307조 제1항에 대한 헌법소원심판에서 위 법률조항에 대하여 합헌결정을 내렸습니다(헌법재판소 2021. 2. 25. 선고 2018도23 등). 명예훼손적 표현이 표현의 자유의 한 내용으로 인정된다고 하더라도 오늘날 사실 적시의 매체가 매우 다양해짐에 따라 명예훼손적 표현의 전파속도와 파급효과는 광범위해지고 있으며, 일단 훼손되면 그 완전한 회복이 쉽지 않다는 외적 명예의 특성에 따라 명예훼손적 표현행위를 제한해야 할 필요성은 더 커지게 되었다 점을 합헌의 주요 이유로 설시한 바 있습니다. 다만, 헌법재판소 구성원 9명 중 4명이나 위헌의견을 냈기 때문에 몇 년 후 다시 헌법소원이 제기될 경우 위헌결정이 내려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게 되었습니다.

  실무에서는 주로 글을 게시한 것에 비방의 목적이 있었는지가 범죄 성립의 주요 핵심 쟁점이 되고 있습니다. 이에 대하여 헌법재판소는 “첫째, 표현이 ‘진실한 사실’이라는 입증이 없어도 행위자가 진실한 것으로 오인하고 행위를 한 경우, 그 오인에 정당한 이유가 있는 때에는 명예훼손죄는 성립하지 않는 것으로 해석하여야 한다. 둘째, ‘오로지 공공의 이익에 관한 때’라는 요건은 표현의  자유를 보장한다는 관점에서 그 적용범위를 넓혀야 한다. 국민의 알권리의 배려라는 측면에서 객관적으로 국민이 알아야 할 필요가 있는 사실에는 공공성이 인정되어야 하고, 또 사인이라도 그가 관계하는 사회적 활동의 성질과 이로 인하여 사회에 미칠 영향을 헤아려 공공의 이익을 쉽게 수긍할 수 있도록 하여야 한다.”라고 판시함으로써, 표현의 자유에 대한 위축을 최소화하여야 함을 선언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표현의 자유와 개인의 명예, 인격권 보호가 충돌되는 상황에서 이를 판단하는 주체(법원, 검찰, 경찰)의 가치관에 따라 예측할 수 없는 결과가 나오는 경우가 많습니다. 표현의 자유를 보다 보호해야 하는 입장에 설지 아니면 개인의 명예와 인격권을 보다 보호해야 하는 입장에 설지는 판단 주체의 가치관에 영향을 받는 바가 크므로 기소를 예상한 상황에서 불기소가 나오는 경우도 많고, 법원의 심급에 따라 다른 결론이 나오는 경우도 많습니다. 앞서 언급한 헌법재판 소수의견도 이러한 예측불가능성이 표현의 자유를 심각하게 위축시키기 때문에 위 법률조항은 폐지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밝히고 있습니다.

  한편, 최근 소비자들이 서비스를 이용한 후 남기는 후기에 악평을 하였을 때 서비스제공자에 대하여 명예훼손죄가 인정되는지 논란이 많습니다. 이에 대하여 대법원은 산후조리원을 이용한 고객이 임신, 육아 등과 관련한 유명 인터넷 카페나 자신의 블로그 등에 자신이 직접 겪은 불편사항 등을 후기 형태로 게시하여 명예훼손죄로 기소된 사안에서 고객의 후기의 경우 비방의 목적이 있는지에 대하여 다른 사안에 비하여 더욱 신중하게 판단하여야 한다고 원칙적인 기준을 제시한 바 있습니다.

  대법원은 위 사안에 대하여 “인터넷 카페 게시판 등에 올린 글은 자신이 산후조리원을 실제 이용하면서 겪은 일과 주관적 평가를 담은 이용 후기인 점, ‘산후조리원의 막장 대응’ 등과 같이 다소 과장된 표현이 사용되기도 하였으나, 인터넷 게시글에 적시된 주요 내용은 객관적 사실에 부합하는 점, 게시한 글의 공표 상대방은 인터넷 카페 회원이나 산후조리원 정보를 검색하는 인터넷 사용자들에 한정되고 그렇지 않은 인터넷 사용자들에게 무분별하게 노출되는 것이라고 보기 어려운 점 등의 제반 사정에 비추어 볼 때, 피고인이 적시한 사실은 산후조리원에 대한 정보를 구하고자 하는 임산부의 의사결정에 도움이 되는 정보 및 의견 제공이라는 공공의 이익에 관한 것이라고 봄이 타당하고, 이처럼 피고인의 주요한 동기나 목적이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이라면 부수적으로 산후조리원 이용 대금 환불과 같은 다른 사익적 목적이나 동기가 내포되어 있다는 사정만으로 피고인에게 비방할 목적이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시하여 무죄 취지로 파기환송 판결을 내린 바 있습니다.

  이와 같이 소비자가 서비스 이용 후기 등에 서비스에 대한 강한 불만이 다소 과장되게 표현하였다 하더라도 정보 공유의 목적이 인정된다면 비방의 목적이 없다는 이유로 위법성이 조각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