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손보험을 둘러싼 최근의 법적 쟁점

변호사 변창우|[email protected]
 

  작년부터 우리나라 대표적인 실손보험사들이 다수의 의료기관을 상대로 임의비급여행위(국민건강보험 법령에서 정한 기준과 절차에 따르지 아니하고 임의로 비급여 진료행위를 하고 비용을 지급받는 경우)를 한다는 이유로 소송을 제기하고 있습니다.

  소송의 주요논리를 요약하면, 보험약관에 따라 보험사는 국민건강보험에 따른 소위 ‘법정비급여’만 보장하는 것인데 의료기관이 임의비급여를 한 후 피보험자인 환자가 보험사에 보험금을 청구케 하여 손해를 봤다는 것입니다.

  보험사는 크게 두가지 형태로 소송을 제기하고 있는데, 첫째로 임의비급여의 경우 의료기관은 환자로부터 진료비를 받을 수 없는데 받았기 때문에 부당이득을 한 것이고, 환자도 보험금을 청구할 수 없는데도 보험금을 받았기 때문에 부당이득을 한 것이므로 보험사가 환자의 의료기관에 대한 부당이득반환청구권을 대위행사하는 소송형태입니다.

  2017년경 이러한 형태의 대위소송을 인정한 하급심 판결이 나오면서부터 작년에 맘모톰, 페인스크램블러 소송 등 대규모 소송이 촉발되었습니다. 하지만 작년 10월경부터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대위청구를 인정하지 않는다는 취지로 각하판결이 계속 내려지고 있습니다. 대위청구는 채무자(피보험자)의 무자력이 입증되어야 행사할 수 있는 것이 원칙인데 보험사의 소송은 그 요건이 입증되지 않았고, 피보험자의 재산관리행위에 부당한 간섭이 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입니다.

  현재는 각하판결을 내리는 재판부가 다수여서 의료기관 입장에서 소송이 매우 유리하게 진행되고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다만, 관련 쟁점이 대법원에 계류 중이고 현재 심리 중에 있습니다. 대법원에서 대위권 행사를 부정하는 결론을 내린다면 보험사측은 관련 소송을 유지하기 상당히 어려운 상황에 봉착하게 되어 소송을 취하하거나 채권양도를 받아 소송을 유지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입니다. 만약 대법원에서 대위권 행사를 인정하는 결론을 내린다면 현재 진행되고 있는 소송에서 임의비급여 여부를 하나하나 따질 수밖에 없게 되어 소송은 매우 장기간 복잡하게 진행될 수 밖에 없으며 후속 소송도 대량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둘째로 불법행위에 의한 손해배상청구권을 행사하는 형태입니다. 임의비급여행위 자체가 불법행위이고 의료기관의 불법행위로 인해 보험사가 직접적 손해를 입었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이 쟁점에 대하여 대법원은 “피보험자들과 진료계약을 체결하였을 뿐 피보험자들과 보험계약을 체결한 원고에 대하여 진료계약에 따른 어떠한 의무를 부담한다거나 그 의무를 위반하였다고 볼 수 없고, 나아가 국민건강보험법 관련법령에서 요양급여기관이 환자에게 요양급여에 해당하는 진료비를 청구할 수 없도록 한 규정이 그 환자와 보험계약을 체결한 원고와 같은 보험사를 보호하기 위한 규정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판시한 바 있습니다. 그에 따라 관련 소송에서도 보험사의 손해배상청구는 인정되지 않고 있습니다.

이와 같은 소송진행경과에 따라 보험사측의 대응은 달라지고 있습니다.

   ① 피보험자들로부터 채권자대위에 관한 동의를 받거나 채권양도를 받아 소송제기하는 경우가 발생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환자측이 소송을 통해 실제적인 추가 이익을 받는 것이 없기 때문에 채권양도에 동의하는 경우는 많지 않은 것으로 보입니다.

   ② 보험가입시 보험약관에 미리 채권양도 동의를 받는 경우도 발생하고 있습니다. 장래에 발생할 수 있는 채권의 양도는 채권양도 당시 기본적인 채권관계가 특정되어야 하고, 가까운 장래에 채권이 발생 가능성이 커야 합니다. 그런데 환자가 실손보험을 가입하는 시점에서는, 장래에 환자가 의료기관에서 받게 될 진료행위가 임의비급여에 해당되어 환자에게 부당이득반환채권이 발생할지 여부가 전혀 특정되거나 발생할 개연성이 있다고 보기 어렵기 때문에 보험가입시 채권양도 동의를 하더라도 채권양도의 효력이 인정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입니다.

   ③ 개별 의료기관에 공문을 보내 특정 시술에 대한 비용은 실손보험 지급대상이 아님을 미리 공지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식약처 허가사항을 위반한 주사제 투여하면 보험금 지급대상이 안된다고 미리 공지하거나, 백내장 시술의 경우 세극등현미경검사 영상자료를 보관할 것을 요구하는 경우도 발생하고 있습니다. 실손보험사의 의료기관에 대한 직접적인 소송이 어려워지게 되면 이러한 간접적인 방식의 통제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됩니다.